그래도 일단 마지막은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래야지만 죽을 때 의미부여를 할 수 있으니. 그렇게 마지막 그림을 그리고 번개탄을 피웠다. 누군가가 손으로 내 목을 조르는 듯 숨 쉴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 고통을 잊기 위해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으며 침대에 누웠다. 마지막 순간 ‘그도 이렇게 죽어갔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필름처럼 스무 살 기억이 떠올랐다.
누구 때문일까. 내가 죽고 있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된 것은.
어디서부터일까. 내가 가려고 하는 길마다 다 엉망이 되고 망가지는 날이 시작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어떻게 왔을까. 자그마한 반지하까지.
도대체 왜 내가 잡으려고만 하면 상황은 더 악화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