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시를 짓기 전까지 내게 글이란, 지나간 삶의 일기였으며 모호해져가는 기억의 잊음에 대한 삶의 애착 같은 기록이었다. 거창하게 문학이라는 세계 속에 내가 존재했다기보다는 언저리에서 기웃대는 아웃사이더 같은 심정으로 좋은 글을 읽고 내 마음과 같음에 대한 안식 같은 휴식 공간이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수필, 에세이의 쌓이고 쌓이는 산문 같은 글에 매료가 되었던 학창 시절을 거쳤고 나이를 거듭할수록 이어져 온 내 스타일은 확실히 수필 쪽이었다. 시를 써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순간 ‘내가 그 아름다운 세계에 어찌 발을 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한동안 손사래만 거듭하다가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글을 쓰면서 압축을 하고 축약된 언어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이루어진 시의 세계는 내게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