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바예요.
52번가 횡단보도 앞 하수구 밑에
사는 작은 벌레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둘이에요.
하수구 위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벌레들을 ‘라바’라고 불러요.
“이런, 라바 같으니라고!”
오늘도 하수구 위에서는
온갖 찌꺼기들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하수구 아래로
무언가를 흘리거든요.
이곳은 더럽고, 어둡고, 초라하죠.
우리는 하수구를 탈출하기도 했어요.
거칠고 거친 세상에서 방황하다가
고층 빌딩 사이에 끼어 있는
낡고 초라한 집에 불시착하기도 했고요.
작고 낡은 집이 철거되자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기도 했죠.
돌아갈 하수구도 없었던 길거리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답니다.
눈비가 몰아쳤어요.
사람들 발끝에 차이기 일쑤였고
자동차 바퀴의 위험까지 도사렸어요.
길고양이와 비둘기까지
온통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죠.
이 황당한 삶 속에서
그 정신없는 뉴욕 거리에서
우리 둘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하죠?
먹을 것을 발견하면 이성을 잃고 티격태격.
신호등, 소화전을 장난감 삼아 데굴데굴.
주어진 삶을 즐기는 너와 나, 레드와 옐로우.
우리 둘과 함께 느릿느릿 기어가 보는 건 어때요?
세상의 모든 라바들아.
아주 천천히 소리쳐 보아요.
“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