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 제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발달장애 진단명이에요. 처음 진단받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인데, 솔직히 말해 당시의 기억은 없어요. 별반 상관없는 일이죠. 그때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더라도 어려워서 못 알아들었을 거예요. 어쨌든 그 무렵의 제게 있어 그 진단은 살아가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죠. 그러나 2019년 스무네 살이 되어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저는 그 진단명과 함께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삶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실수였던 거죠. 저는 그만큼 발달장애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어요.
"발달장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요? '개성과 능력 간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위인들한테 많았다더라' 등 대답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저라면 '스스로 결코 바꿀 수 없는 몇 가지 요소를 지닌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제가 이 책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렇듯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요소'를 가진 인간이 어떻게 그것과 마주 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보여드리려는 거죠. 발달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단지 마주 보는 방법을 찾아냈을 뿐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저의 24년 인생이 담겨 있어요.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책을 덮으면서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느껴 주신다면 진심으로 행복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