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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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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수학교육 평가론>

김현주

단국대학교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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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평온한 수학을 꿈꾸는 너에게> - 2024년 1월  더보기

나? 나는 수학 불안 & 시험 불안이 있는 수학 교사입니다. 최근 수학 1등 스타 강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수학 불안’과 관련한 대사가 나온 적이 있다. “수학 불안은 일종의 심리학적인 증상인데, 수학 실력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 단순히 ‘수학은 어렵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거야. 그 말은 즉, 수학을 못 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수학적 사고가 잘 안된다는 거야” 5화 중 사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불안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 중 수학이 있다는 건 다소 놀랄만하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불안도가 높은 아이였다. 매사 긍정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보다는 부정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경우가 더 많았고, 그 만큼 걱정거리가 많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라난 환경이 매우 통제적이고, 부모님이 권위적일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히려 부모님은 그 반대에 더 가까웠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예민했다. 따라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등 새 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가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불안이 좋은 점도 있었다. 지각은 남의 일이였고, 과제 또한 기한을 맞춰서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과서의 한 부분을 반복해서 적어 오는게 숙제였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오해해서 교과서 한 단원을 5~6시간을 걸려 적어냈던 적이 있었다. 숙제하기 전 선생님께서는 ‘선생님께 물어보았으면 좋았을 걸. 너무 고생했겠다’ 하시면서 이러한 나를 염려하셨다. 그래도 조용히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한 덕분인지 선생님께 인정받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무난하게 초등학교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니 시험이 있었다. 성적표도 나오고, 등수도 나온다고 한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는 시험을 매우 잘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중1 첫 중간고사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3시 30분.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저녁 먹기 전까지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중학교 3년 내내 이 루틴을 지켰다. 시험 보기 한달 전 부터는 시험에 대한 계획을 짜서 공부를 했다. 한문, 영어, 사회 같은 교과목은 시험 범위를 전부 다 외웠다. 그래도 너무 불안했다. 밤에 시험공부를 하다가 문득문득 눈물이 났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우울한 감정이 올라와 시험 기간이 매우 힘들었다. 빨리 시험 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나를 억누르는 불안한 감정은 스스로가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낀 교과목 시험을 앞두었을 때 더 심해졌다. 그래서 시험 준비를 좀 과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시험을 앞둔 이러한 불안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 중학생 때는 그래도 공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와 기분이 좋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더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니 시험 공부하는 기간이 더 괴롭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니 시험기간에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질 못했다. 특히, 수학 시험은 시험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직 문제를 다 풀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몇 분 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시험지 마킹을 하다가 손에 땀이 많이 나서 펜을 떨어뜨리고, 내 심장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긴장된 나의 기분과 모습은 어언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겪은 이러한 감정은 바로 시험 불안이었다. 그럼 교사가 된 이후에는 과연 시험 불안이 없어졌을까? 교사로 학생들을 만난 지 10년 차 쯤, 수학 선생님들이 집을 떠나 한 장소에 모여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을 미리 검토 차원에서 시험을 봤던 경험을 했다. 사실, 그 장소에 가기 전까지는 시험을 치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에서 모인 수학선생님들을 안내한 장소에 도착해보니 책상과 의자가 한 줄로 놓여 있고 책상 위에는 플러스펜, 연필, 지우개 등이 놓여있었다. 그 상황만 봐도 시험에 응시해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매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거의 15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시험 보기 전 불안은 남아있는 것이었다. 플러스펜이 손에서 미끄러질 정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었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로 문제를 푸니 생각지도 못한 문항에서 계산 실수를 하게 되었다. 그때 알았다. 불안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불안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다는 것을. 필자의 부모님은 공부에 대해 압력을 많이 주시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열이 낮은 편도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동네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스파르타 스타일이 유행했던지라 학원에 등원하면 집에 매우 늦게 들어갈 정도로 학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또한 매우 어려운 교재로 선행학습을 하였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가 안돼는 부분은 다시 질문하면 되지만, 쑥스럽기도 하고 괜히 나만 물어보는 것 같아 질문을 잘 하지 못했다. 미적분 수업을 듣고있을 때였다. 창문을 통해 노을빛이 들어오고 나는 교실 귀퉁이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고 있지만 선생님의 설명, 칠판에 적힌 수식, 기호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주변 학생들을 둘러보니 다들 이해가 잘 되는 냥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 나는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저 친구들은 다 이해가 되나 보다. 그 교실에서 나 혼자만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학원 친구 누구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수학 수업이 어렵다. 미적분 문제를 못 풀겠다 등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제일 안타까운 건 이러한 경험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경험은 학교에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지하 1층에 수학 교실이 있었다. 그 수학 교실은 일반교실보다 두 배나 더 컸고, 벽면 가득 칠판이 붙어있었다. 수학 선생님께서는 가끔 수업을 수학 교실에서 진행하셨는데, 학생들은 수학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왜냐하면 한 반 학생 수가 52명이었는데 수학 선생님께서 52개의 수학문제를 쉬는 시간에 칠판에 적어두고 우리를 기다리셨고, 우리는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바로 자기 번호에 해당하는 문제를 칠판에서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52개 문항의 난이도가 달라 운이 좋으면 쉬운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운이 좋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했다. 그날은 내가 운이 안 좋았는지 매우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은 하긴 했는데 마무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옆에서 같이 문제를 풀었던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결국엔 나 혼자 칠판에 서 있게 되었다. 그때의 감정이란... 아직까지 생생하다. 당황스럽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 뒤로 수학 교실만 가면 그 때의 감정이 떠올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보니 나는 사교육 요인과 교수 요인으로 인한 수학 불안이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때의 경험은 수학 교사가 된 이후에 학생들을 지도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학 교사라 하면 누구나 수학을 매우 좋아하고, 잘하고, 수학을 잘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나는 시험 불안이 있었지만,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받았을 때 내 노력의 크기만큼 성취감도 매우 컸다. 또한 수학 불안이 있었지만, 수학의 명쾌함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그때의 경험을 살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했다 해도 불안이라는 감정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나처럼 수학 불안을 겪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들을 격려하였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쉽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K-UTF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 불안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그 불안에 잠식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관리하여 평온한 마음으로 수학을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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