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을 출판에 몸담았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출판인. 때로는 편집자로 때로는 북디자이너로 또 때로는 기획자로 여러 책의 판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글쓴이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늘 정성스러운 글 뒤에 숨어 그 글을 빛내주는 조력자였다가, 직접 쓴 내 글을 세상에 펼쳐 보이려니 다투기만 했던 작가들이 존경스럽게만 느껴진다.
맞춤법은 국어처럼 보이지만, 틀린 수식을 고쳐 맞는 답을 찾아내는 수학 같은 매력이 있다. 많이 풀면 풀수록, 많이 보면 볼수록 그 공식은 내 것이 되어 암산도 쉬워진다. 또 때로는 엉클어진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듯한 쾌락도 있다. 방에 있는 내용물은 같지만, 정리 하나만으로도 훨씬 나은 문장이 되니 끊을 수가 없이 중독된다. 맞춤법을 간과하는 시대 속에서 ‘맞춤법 속성’ 같은 이 책을 읽고 누구 한 명이라도 내가 느끼는 이 맞춤법의 매력에 닿을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