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레옹 시에서 넉넉치 못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레제르는 1983년 42세의 나이에 암으로 요절할 때까지 일체의 권위와 제도, 검열 그리고 문명의 위선에 타협하지 않고 대항한 현대 프랑스가 낳은 대표적인 만화가이다.
고단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사무원, 육체 노동 등 여러 일을 전전해야 했던 그는 1959년 유명한 포도주 중개상 니콜라 상회에 들어간 뒤 첫 번째 만평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주류 판매상 소식지인 '가제트 뒤 넥타르'에서 그가 사용한 필명은 루시용. 퇴근 후의 자유 시간을 이용하여 그의 그림을 각종 잡지에 투고했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가 베르니에, 카바나, 프레드를 만나고 '코르데'에서 만화를 싣게 된 것은 이 때였다. 이 잡지는 프랑스 최초의 성인만화잡지인 '하라-키리(할복)'의 원조로 간주되고 있다. 이밖에도 당시 '블라그' '발라댕 드 파리' 등을 보면 "지엠"이라는 필명으로 투고한 그의 그림을 찾을 수 있다.
60년대 중반부터 비범한 관찰력과 극도로 단순하게 사태를 정리하는 요령은 점점 정치적인 의의를 획득한다. 어둡고 무정부주의적인 그의 유머 너머에는 60년대와 70년대 프랑스의 생활상 전체가 가식 없는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이다. 70년대 말부터 그는 이른바 제도권내 언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 '르 몽드' '주르날 뒤 디망슈' '라 누벨 크리틱'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많은 만화를 기고했다. 1978년 그는 앙굴렘에서 알프레드 상을 수상했다.
레제르의 작품을 요약하자면 억압받는 자를 옹호한다는 것. 그는 그의 눈에 비친 대로 세상이 개인에게 무자비하고 잔인함을 묘사했다. 1966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그의 만화집은 이미 상당한 권수에 이르고 있을 뿐아니라 끊이지 않고 판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작을 뽑는다면 <빨간 귀>를 비롯, <우리 아빠>, <원시인>, <환상들>, <여성 만세>, <야외 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