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탈북여성이다. 탈북민이면 누구나 겪었을 ‘고난의 행군’과 탈출, 그리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북한여성이다. 북한의 번화한 도시에서 태어난 나는 시골오지에 시집가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탈출하기까지 나름 사연도 많고 할 말도 많다. 그렇다고 여느 사람처럼 북송당하거나 감옥에서 고문 받은 적은 없다. 그냥 부모님 모시고 남편을 섬기며 두 아이를 키운 보통의 여성인데 내 안에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깊은 충동이 있다.
그래서 글을 썼다.
한국소설가 협회에서 나의 첫 단편소설 ‘밥’에 소설신인상을 주었다.
북한에서의 삶을 그대로 쓴 것뿐인데 소설계에 등단한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선 북한 주민의 평범한 일상조차 아주 낯설고 생소하여 놀라운 모양이다. 그래서 나를 통한 북한 주민의 삶을,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북한을 계속 쓰기로 했다. 그것이 ‘밥’이든 ‘오두막’이든.
ㅇㅇㅇ 출판사에서 나의 단편소설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나에겐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한 기회다. 가슴에 묻은 사연을 터놓으려 쓰기 시작한 글이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니 가슴이 설렌다. 내가 만난 대한민국, 나의 소설을 마주한 독자들에겐 과연 어떤 세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