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쉼표 찍는 그 순간이 변화의 시작이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라는 가사로 시작하던 노래 제목, <희망사항>.
엄청 유행했던 걸로 기억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나의 희망사항은 변하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에게 갖는 희망사항을 노래하다가, 여자가 남자에게 갖는 희망사항을 노래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 여자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얼마나 통쾌한 복수극인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너나 잘하세요.” 정도 되겠다.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희망이 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남에게 희망을 바라고 심지어는 남에게 나의 희망 자체가 되어 달라는 생떼를 쓰며 살고 있진 않은지. 인생도, 희망도 먼저는 나의 것이 되어야 한다. 인생 속에서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재를 잘 살아나가야 한다. 지니의 요술램프도 아니고, 오늘을 개떡같이 살고 있는데 내일이 갑자기 찰떡으로 변할 수는 없다.
나의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가운데,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살짝 잡아두고 더 깊이 관찰해 보자. 내가 잡아당기고 싶었던 그 생각들은 나에게 성장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하늘이 허락하신 운명이다.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봐야 하는 가치이든, 깡그리 잊어야 하는 기억이든, 쉼표 찍는 그 순간이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잠시, 쉼표를 가져보자(좀 어려운 쉼표가 될 듯하다).
혼란.
불안.
우울.
무기력.
위의 감정들을 온 국민들이 온 몸과 온 마음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나날들을 살아내고 있다(‘살고 있다’가 아닌, ‘살아내고 있다’가 우리 마음과 상황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표현일 것이다). 나도 별반 다를 수 없었다. 나의 1순위 낙이자 습관인 독서를, 여느 때와는 달리 조금의 비장함으로 백신을 맞듯, 시대를 대변하는 책들을 읽어 나갔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생태계의 공생질서를 이루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내라는 자연의 메시지다. …… 미래의 능력자는 자신의 모순을 닦는 자기 성찰과 수련에서 출발하여 사회를 이롭게 할 실력을 겸비한다.
『포스트 코로나』 - 임승규 외 6명/한빛비즈
한 사람의 예감은 예민함으로 끝나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들, 지구인들의 예민함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낳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 종식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지만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부디 코로나 19에는 인간들 사이의 공조와 지지에 매우 취약한 바이러스였다는 흔적이 남는다면 좋겠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 - 김수련 외 11명/글항아리
오늘 내 마음의 표준을 바꾸는 일이 우리나라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코로나 사피엔스』 - 최재천 외 6명/인플루엔셜
마음의 면역력, 회복 탄력성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와 다른 이들을 기다려주고 손잡아주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가장 힘들 때 나 역시 구원해 줄 것이다.
『리부트』 - 김미경/웅진지식하우스
나에게,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단 하나의 단어를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존엄’을 택하겠다(그대는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한 개인은 가치 있고 존중 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타고 났음을 나타내는 말. 코로나가 깊고 넓게 만들어 내고 있는,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불안과 우울과 무기력을 상대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나의 존엄과 너의 존엄을 지켜 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성찰’이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몸부림치는 가운데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견고히 해야 한다. 즉,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와 ‘희망’은 나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는 현재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학’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사상과 감정의 힘을 닮아 보자.
이행시와 짧은 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50가지 질문과 함께 차근차근 내 마음을 경작해 보자.
대한민국 엄마들이여!
나 혼자 잘 살면 안 되지 않겠나. 나 혼자서는 잘 살 수도 없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자식과 가족이 있는 몸이다. 명쾌한 답이 없는 혼란함 속에서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있는 지금은, 강한 엄마가 필요하다. 내 정신, 내 영혼을 바짝 차리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강한 엄마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다시금 읽고, 다시금 생각하고, 다시금 질문하고, 다시금 답을 내리는 성찰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디 이 책이,
그대의 단단한 강인함을 위해 사용되길,
그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길,
두 손 모아 바란다.
바람이 분다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를 들으며
2020년 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