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에게
아주 오래 전 우리가 어린 소녀였을 때, 그 때도 너는 글을 썼고, 나는 그림을 그렸지.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시와 그림이라는 각자의 목소리와 색깔을 지닌 채 한 자리에서 만났어.
너는 내 그림을 보고 색과 형상으로 쓴 시라 했고, 나는 너의 시를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 생각했지.
그림과 시가 서로를 알아보는 건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과도 같았어.
너의 시가 내 그림 곁으로 다가온 후, 나의 그림은 애초의 색깔에 조금 더 빛나거나 좀 더 깊은, 때로는 더욱 아픈 정서들이 스며들었지. 다시 한 번의 탄생을 겪듯이….
너의 시 곁에 내 그림을 놓아둠으로서 너의 시에도 조금 더 깊고 풍부한 색상이 스며들기를, 그래서 또 한 번의 새로운 탄생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같은 듯 다른 서로의 아이들이 만나 어우러져 또 다른 목소리와 색채를 지닌 꽃을 피워내듯이… 우정이라는 포근한 대지 위에서…
- 너의 영원한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