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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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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나를 깨워줘>

김기준

연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1963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했고, 1990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연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의사시인회 및 서울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월간 시see 제7회 추천시인상, 2018년 ‘월간시 올해의 시인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는 『착하고 아름다운』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 그리고 사진 에세이 집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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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착하고 아름다운> - 2017년 8월  더보기

자서自序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다가 있다 처음으로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중학교 1학년 무렵. 참 눈이 맑았던 국어 선생님. 나에게 글을 써보면 어때? 그렇게 나의 바다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초하’는 시작되었다. 편지지에 글을 쓴 다음, 나에게 부치고, 읽어 보고, 태우고, 또 쓰고. 까까머리 중학생에게 시의 바다는 참으로 넓고 깊었다. 그 물속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도 여러 번. 시는 사춘기 어린 마음을 끝이 보이지 않는 저쪽으로 날려 보냈고, 나는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일 뿐, 그렇게 철이 들기 시작했다. 독서실 쪽잠, 이름도 생소한 신장결핵,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옆구리 통증과 함께 한 나의 대학 시절은 참담했던 생존의 바다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언제쯤이면 끝이 보일까. 아래로만 끌어당기는 늪이 있는 것 같았다. 헤어날 수 있기는 하는 걸까? 그런 나에게 지금의 내 아내, 누나는 또 다른 바다였다. 따스하고 투명한 햇살. 철들고 처음 웃어 보았던, 손에 잡힐 듯 아직도 환한 시간들. 함께 걸어가던 녹슨 철길, 함께 나누었던 정겨운 말들. 힘내. 널 응원할게. 그래, 고마워. 시시때때로 찾아오던 통증은 요로결석이란 이름을 남기고 체외충격파에 의해 부서져 사라져 갔고, 지금의 나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그 후, 의사면허를 받고, 공중보건의가 되고, 내 아이들이 태어나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되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환자를 보고, 실험을 하고, 논문을 썼던 정신없었던 시간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푸르고 깊고 장대한 살아 있는 진짜 바다를. 잠수하여 처음 들어간 동해, 공현진. 생명과 경이의 세계가 거기에 있었다. 이제는 지난 시절을 잊고 싶다. 제대로 된 시를 한 번 써보고 싶다. 비로소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2012년 6월. 그 많은 세월 동안 바다 밑에 잠겨 있던 세도나,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Bell rock 정상.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없이 나는 울었다. 가여운 내 영혼, 지쳐버린 저 육신. 살며시 몸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조금만 더 힘내. 지난 건 그냥 잊어버려. 가슴을 활짝 열고 크고 깊게 호흡해 보렴. 별들이 너를 응원하고 있잖아. 어둠이 너를 보듬고 있잖아.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온 이후, 처음으로 나를 안아 주었다. 처음으로 따스한 나를 느껴보았다. 이제야 겨우 첫 시집을 내어 놓는다. 그것은 그리 아쉽지 않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시의 즐거움을 최근에야 알았다는 것이다. 새벽 4시 나의 서재에서는 고요한 시의 세계가 펼쳐진다. 시를 읽고, 시를 쓰며, 시를 마시고, 시를 맛보며, 하루의 아침을 행복하게도 시로써 시작한다. 그런 나를 있게 해 준 세상의 모든 인연과, 졸작을 함께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린다. 묘한 우연의 일치. 올해는 내가 모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으며, 존경하는 선배, 윤동주 시인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벅차오른다.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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