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아!
너를 처음 만난 곳은 풍암동 〈꽃돼지〉 실내 포장마차였지. 그날 내 앞엔 간장 양념이 까맣게 탄 오돌뼈랑 소주가, 네 앞엔 달걀지단과 대파를 얹은 국수가 놓여 있었어. 먼저 말을 걸어 온 건 너였고.
“혼자서 왜 그러고 있어요?”
하며 너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았지. 그러다가 “딸요.” 하며 잠깐 걸려 온 전화를 받았어. 통화를 마치고 일이 있어 그만 가 봐야겠다고 자리를 떴지.
그로부터 며칠 후, 거기서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또 만났네요.” 거칠게 부서진 노란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넘기며 너는 내 앞으로 와 앉았어. 심드렁히 웃으면서. 고마워. 그때 내게 말 건네줘서, 내 말을 꺼내 주어서…….
그동안 내게 말을 걸어 온 몇몇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