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하면 인적 없는 간이역을 떠올린다.
토큰, 하면 예전에 버스 탈 때 요금함에
던져 넣던 동전을 생각한다.
종이신문과 종이잡지를 말 그대로 ‘구독’한다.
장롱면허 소지자다.
읽고 쓰기를 제일 좋아한다.
그밖에 나머지는 대충 하는 편이다.
총체적으로, 뒤처지는 중이다.
2004년 봄, 『파라Para21』 신인공모에
단편 「야곱의 강」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힐』과
소설집 『마시멜로 언덕』을 펴냈다.
두번째 책을 펴낸다. 소설집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야곱의 강」(『파라PARA 21』 2004년 봄호)을 통해 소설을 사건도 없고 반전도 없이 ‘이 모양 이 꼴’로 쓰면서 소설가 지망생의 조급한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이 작품으로 등단까지 했다. (심사를 맡았던 최윤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못난 소리인 줄 알지만, 「야곱의 강」으로 등단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설가로서 여한이 없다. 소품임에도 표제작으로 선정된 「마시멜로 언덕」(미발표)은 무려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이다. 오늘의 청춘들도 불안과 막막함의 ‘언덕’ 위에서 얼마나들 안타까우신가. 이렇게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되나,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연금술사에게」(『문예중앙』 2005년 가을호)와 「아디오스 탱고」(웹진 『문장』 2006년 3월호)는 데뷔 초기에 발표할 기회를 얻었으니 운이 좋았다. 찰나의 아름다움과 강렬한 여운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단편을 읽겠는가.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꿈은 거창했지만 결과물은 부족했다. 이 모습 이대로 독자님들께 떠나보내며 변명을 보태자면, 그래도 그 부족함은 30대 초반이던 나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발표작의 경우, 소설 속 소재를 현재에 맞게 다소 수정했음을 밝힌다. 양해 바란다.)
모두 미발표작인 「옛 노래 1」과 「옛 노래 3」은 육아일기의 짧은 메모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숙성의 과정을 거쳐 소설로 변주된 뜻밖의 결과물이다. 요람에 누워 있는 아이와 일방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신발이 닳도록 뛰어노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작업을 이어갔다. 안 믿어질 수도 있겠지만, 인생과 예술의 비밀을 아이를 통해 많이 배웠다. 또다른 미발표작 「누군가」는 틀에 박힌 거룩한 신(神)이 아닌 ‘생활밀착형’ 신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런데 오십 평생을 모태신앙인으로 살아온 내가 ‘누군가’란 인물로 그려낸 ‘절대자’의 모습은 이렇게나 밋밋하다. 부끄럽다. 다음엔 더 잘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