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춤』을 구상하고 있을 즈음, 작가의 꿈에 나타난 검기 운심의 춤사위는 진정 소름 돋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관기라는 신분상의 멍에를 보잘것없는 허울처럼 여겨지게 한 그녀의 칼춤은 그야말로 강렬한 매혹이었습니다. 그녀의 흥과 멋과 한, 예술혼 앞에서는 당시대의 천민여성이라면 당연히 겪었을 법한 신분상의 차별과 억압, 수모는 한 바탕 칼춤만으로도 능히 삭여낼 수 있는 서러움일 것 같았습니다. 작가는 이와 같은 가정 속에서 밀양기생 운심의 이야기를 써나 갔습니다. 그러므로 『칼의 춤』에서 그려낸 이야기들은 상당 부분 작가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의 역정에 허구를 버무린 이야기를 감히 세상에 내어놓게 된 것은,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한 조선 여인의 맵차면서도 아름다운 삶과 그녀의 독특한 연사가 시련과 좌절을 강요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뭇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 까닭입니다. “약산은 천하의 명승지요, 운심은 천하의 명기다. 인생이란 모름지기 한 번 죽는 법, 이런 곳에서 죽는다면 더없는 만족이다.” 천길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지며 운심이 내뱉은 말소리가 싸르락 귓불을 울립니다. 부디 ‘밀양기생 운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그녀의 서슬 푸른 칼사위가 팍팍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의 가슴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