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잊었던 꿈처럼 우포를 만나 20년간 우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왔다. 전자공학과를 나와 엔지니어로 일했고 10년 넘게 교사 생활을 했지만 사진에의 갈망이 가시지 않아 연금이 나오기 전 퇴직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우포늪 가까운 곳, 벽돌 하나하나까지 손수 지어올린 갤러리 옆에 살며 우포를 호흡하고 있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세계 람사르 총회의 공식 사진작가로 선정되어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다. 여러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쳤고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초빙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2009년부터 스위스 아트바젤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빈, 싱가포르 등지의 아트페어에 초대되는 등 세계를 무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진집 『우포늪 ─ 나의 렌즈에 비친 자연늪의 사계』, 『우포 ─ 지독한 끌림』, 『우포바라기』, 사진에세이 『우포의 편지』, 『내 마음의 섬』이 있다.
우포늪으로 온 지 16년이 지났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분명 꿈은 아니었다. 꿈은 한 순간에 지나가버리는 그야말로 속절없는 망각의 시간 아니었던가? 그러나 나는 나의 지난 시간을 망각할 수는 없고 나의 사진들은 망각을 실존으로 증명한다. 내가 이곳 우포에 와 살고 있음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내 사진들을 돌이켜 보면 그것들이 내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꽃밭이었고 실존의 증명이다.
우포와 교감하는 실존이 내가 속한 세상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이곳을 잘 이해하는 한 사람일 것이다. 늪을 찾아오는 철새들, 사시사철 색을 바꾸며 피어나는 꽃들과 수목들, 고인 듯 스미는 다채로운 물빛, 그리고 늪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
나는 그것들을 오래 보고 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늪 생명들의 몸짓에 깃든 표정을 읽게 되었다.
그것은 오랜 바라보기로 얻은 늪의 선물이며 막연한 Sympathy가 아니라 너와 나의 감정과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이 세상은 모든 것이 객관이 지배한다. 나는 객관이 지배하는 도시 속에서 오랜 시간 세상의 체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곳에선 항상 나의 존재는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찍은 상징과 초현실이 난무하는 사진은 어쩐지 나의 사진이 아닌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