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맴도는 말들과 계속해서 되뇌는 말들.
투명한 것이 온도와 밀도의 변화에 따라 색을 띠게 되는 것처럼
생각의 집적과 생각의 경로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말들.
그 말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부족공동체의 유일한 생존자처럼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
곧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곧잘 한다.
어떤 대화도 혼잣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꿈에 나오는 것은 다
지금 내 옆에 없는 것들이다.
잠시 잠깐 인간이 되었다가
대부분의 시간은 인간이 아닌 채로 살아간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과
오해로 점철된 말들과
포기할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터무니없이 부서진 마음을 그러안고 인간의 조각들을 수습하고 있다.
2022년 3월
신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