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요동에서 머리가 흰 돼지새끼가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주인이 하도 신기해서 왕에게 바치고자 하여, 돼지를 안고 하동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동에는 흰 돼지가 천지에 널려 있었습니다. 주인은 너무 부끄러워서 얼른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것은 여팽총서(與彭寵書)에 나오는 요동백시(遼東白豕)라는 고사입니다. 제 글이 혹여 머리 하얀 돼지새끼가 아닐까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살아갈 날이 아직은 무한히 많이 남아있고, 또 글을 쓸 일도 무한히 많이 남아 있는 지금 머리만 하얀 돼지새끼가 아니라 몸통도 하얀 돼지새끼가 태어날 수 있게, 깊은 생각 속에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