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모든 비유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가령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고백을 해야 할 때. 첫사랑에게 보냈던 연애편지처럼, 이 고백 또한 한없이 순진하고 단순해질 것이라는 예감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매일 밤 머리맡에서 별의 그것처럼 무기력이 폭발했다. 파편들을 이불처럼 덮고 내내 진득하고 깊은 잠을 잤다. ‘애들이 뭘 안다고 글을 쓰겠어?’ 무심한 사람들의 말이 자주 꿈속까지 따라왔다.
이불을 걷어차고 배낭을 멨다. 낯선 곳을 홀로 헤매다 하나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날의 사랑은 그날에만 있다.’ 미루어둔 감정은 영영 가라앉아버리거나 전혀 다른 모양으로 일그러져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상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괴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매일 열심히 사랑해야 하는 것이었다. 매일 열심히 써야 하는 것이었다.
돌아와선 ‘그날의 문장은 그날에만 쓸 수 있다’고 바꿔 쓰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무심한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 나는 어리고 나는 뭘 모른다. 하지만 사랑을 말하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만 한 가지씩 비밀을 알게 된다. 좋은 문장을 쓴 날보다 비밀을 새로 알게 된 날 밤에 더 단정하고 아름다운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