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生前에 원願이 있다면 동북아 지역의 불교문화재를 친견親見하고 관련 사진이나 문헌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는 학문적인 열망熱望만으로 좋은 논문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때부터이다. 그러면서도 “부처님 덕에 먹고 사는 사람”으로 불교미술 사학계에 작은 보탬이 되는 일을 고민하다가 『한국불교미술장인인명사전』과 『사찰문헌조사집』 등의 일차자료를 정리하여 출판하였다. 특히, 조선후기에 활동한 조각승에 대한 인명사전은 2007년 간행된 후, 여러 사찰에 봉안된 불상에서 새롭게 발원문과 묵서가 발견되어 구체적인 조각승들의 활동시기와 불상 양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불교조각에 관련된 문헌기록인 발원문發願文, 묵서墨書, 사적기寺蹟記, 현판懸板 등은 사찰 내에 비장秘藏되어 연구자조차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기존 공개된 문헌기록을 원본 사진을 보면서 석문釋文 작업을 하다 보니 오자誤字과 탈자脫字가 많아 반드시 원문原文을 구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와 같은 문헌기록은 불상을 만든 시기時期, 봉안처奉安處, 연화질緣化秩, 시주질施主秩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불교조각사뿐만 아니라 지역사와 인물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20여년 동안 전국 사찰의 불상을 조사하면서 여러 스님들과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불상에서 발견된 발원문의 사진과 복사본을 구할 수 있었다. 발원문은 틈틈이 석문釋文작업을 하였고, 모르는 한자인 경우는 학문적인 스승이신 송광사 성보박물관 고경 관장스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는 고故지관 큰스님이 정리하신 『한국고승비문선집』 같은 저서를 보면서 이러한 작업이 후학들에게 발품을 팔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불교조각과 관련된 문헌기록은 대략 400여 건에 이르는데, 향후 체계적인 조사와 정리를 추진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