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경제학과에 다니면서 독일 말과 글을 배웠다. 1984년 번역을 시작했고, 이 책의 기둥이 된 《방랑》이 독일어를 우리말로 옮긴 첫 번째 작품이다. 카프카를 좋아해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헤세를 읽으면서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헤세의 글이 전하는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고, 그의 얼굴에 번지는 맑은 미소를 닮으며 늙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소망일 뿐, 여전히 요원하다. 지금까지 300여 권의 많은 책을 번역하다가, 다시 이렇게 첫 작업을 마주할 수 있어 번역하는 내내 행복했다.
그동안 옮긴 책 중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은《좀머씨 이야기》《단순하게 살아라》《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삶을 견디는 기쁨》 등이 있다.
길을 가다가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철로를 달려가는 기차를 보면 참 신기합니다. 더구나 방학을 맞으면 친척의 반가운 얼굴이 생각나면서 철커덕거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먼 곳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납니다.
≪기차 할머니≫의 주인공 울리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자고 엄마에게 조릅니다. 그러나 이번 방학에는 울리의 아빠와 엄마가 모두 바쁩니다. 결국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울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이모님 댁으로 가게 됩니다.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다니! 다 큰 아이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쁘고, 설레임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울리는 이왕이면 재미있게 놀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어떤 할머니와 마주 앉아 가게 됩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함께 가는 기차 여행은 재미도 없고,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던 울리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울리가 기차표를 찾지 못해 쩔쩔맬 때도 자상하게 도와주시고, 불안해하는 울리의 마음을 인자하게 다독거려 줍니다.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배우는 재미있는 글자놀이와 할머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흥미진진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그런 할머니를 만나 같이 타고 가겠다고 생각하는 울리는 과연 어떤 재미있는 기차 여행을 했을까요?
세상에는 직접 부딪쳐 보지도 않고 재미없을 거라고, 혹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며 거부하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직접 경험하면 생각지도 않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크게 자란답니다.
울리와 기차 할머니가 함께 떠나는 재미있고, 멋진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진한 아쉬움이 남는 행복한 여행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