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서울 출생.
『어린왕자』를 원어로 읽고 싶다는 이유로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진학.
대학생 시절 투고가 채택되어 1992년, 1993년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를 그만 쓰려고 시집을 상재했으나 삶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독서교육과 문예창작 교수법의 융합을 연구하며, 그 과정에서 『글쓰기는 스포츠다』, 『낙서부터 퇴고까지』, 『맞춤법이 잘못했네』 등을 출간했다.
시집으로 『다시, 잊는 연습 걷는 연습』(초기),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웃으라 하시기에』, 『시를 위한 농담』 등이 있고, 소설집 『미네르바의 숲』과 장르 불명의 『보탬말』이 있다.
그밖에 종교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아 ‘우주신학’이라는 신앙체계를 구축해 동명의 소책자를 비롯해 『천자 예수 그리스도』,『맨정신으로 성경 읽기』등 관련 도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두뇌도 신체의 일부이다
내가 글 쓰는 일 외에 ‘글쓰기 선생’ 일도 하며 산다고 말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어김없이, ‘아, 글만 써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논술지도 따위를 하나 보다. 예술 한다는 사람치고는 융통성이 있는 성격인가 보군.’ 식의 안쓰러움과 안도감이 묘하게 뒤섞인 눈길을 보낸다.
그러다가 다시 “논술처럼 실용적인 글이 아닌 시·소설·수필 따위 문예물을 쓰려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있어요.”라고 보충설명을 하면, 이번에는 의아스러움과 염려와 의혹이 섞인 눈길을 보낸다. 그 눈길에 담긴 의미는 좀 더 다양하다. ‘그게 어떻게 직업이 된단 말인가. 그런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게다가 전국 각지에 퍼져 있을 터인데. 더욱이 당신은 유명한 문인도 아니지 않은가.’
이젠 그 눈길 속의 의문들에 대해 답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첫째, 입에 풀칠하기 위한 방책(糊口之策)으로 이 일을 해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지난 1999년 독서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연계시키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 이후로 줄곧 생계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일부 대학이 문예창작학과 입시에 실기시험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
둘째, 나는 융통성 있는 성격이라기보다 꽉 막힌 고집쟁이에 더 가깝다. 기존의 독서교육이 독서를 공부로 취급하여 책 한권을 100퍼센트 이해시키려 드는 100점 지향의 교육이었다면, 나는 독서를 스포츠 훈련으로 취급하여 학생이 책 한권으로부터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부분은 그냥 배설하게 하고 모자라는 영양은 다른 책에서 섭취하도록 지도했다. 이 방식이 조급하기 그지없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환영받았을 리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솜씨 또한 발전해줌으로써 마뜩치 않아 하는 부모에게 ‘그 선생님 아니면 안 할래’ 하는 태도를 취해준 고마운 제자들이 내 곁에는 늘 있었다.
셋째, 글쓰기 공부를, 아니 글쓰기 훈련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적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아니,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내 방식은 글쓰기 훈련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서 돕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훈련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여 거기 참여토록 하는 것이다.
끝으로, 나는 다행히도 아직 유명한 문인이 아니다. 더구나 그동안 주로 종사해오던 장르는 돈과 무관하기로 악명 높은 시(詩). 워낙 대중과 멀리 있어서 아무리 유명해 봤자 그렇고 그런 분야이다. 만약 시 아닌 다른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쳤다면, 글쓰기 훈련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지금까지 계속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개성과 체질에 맞도록 훈련시키기 위해서 나의 이름 없음은 오히려 득으로 작용했다.
세상의 모든 예능(藝能)은 그 경지에 닿기 전에 반드시 체능(體能)의 단계를 겪는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선 데생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고,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선 물에 뜬 채로 얼굴을 물 밖으로 내어 숨 쉴 수 있어야 하며, 바둑을 잘 두기 위해선 자신이 방금 둔 바둑을 순서대로 복기하는 암기력을 갖추어야 한다. 악기 연주는 말할 것도 없다. 체력을 단련하듯 단련해야 할 문예창작 훈련의 세계를 하나의 학문으로 본다면, 이 책은 그 개론서의 위치에 해당한다 하겠다.
비전을 제시하고, 부족한 원고를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주신 갑을패의 사장님 이하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머리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