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
| <고잉 홈> - 2024년 2월 더보기 나오는 데 11년이 걸렸던 지난 소설집과 달리 이번 소설집의 원고는 2022년과 2023년 두 해 사이에 집중적으로 씌어졌다. 그런 만큼 소설집으로 묶이게 될 전체 모습을 상상하면서 퍼즐을 완성하는 것처럼 필요한 조각들을 한 편 한 편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책을 읽는 이들이 각각의 이야기뿐 아니라 작품들이 모여 만드는 모자이크를 함께 상상해준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원래 책의 제목으로 염두에 둔 것은 ‘뜰 안의 볕’이었고, 이 한국어 제목의 도드라짐을 위해 나머지 모든 소설에는 일부러 영어 제목을 썼다. 하지만 편집 과정에서 편집부가 다른 의견을 주었는데 그 제목이 ‘고잉 홈’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소설들은 이민자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사실 모두가 집에 가는, 집에 가고 싶은, 집에 가려고 하는 이야기였다. 내 나라. 내 고향. 내 본향. 내가 떠나왔고, 그래서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곳.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도착한 후에야 찾게 되듯, 나 역시 새로 발견한 이 제목이 마음에 든다. 내 지난 여정의 비밀한 목적지는 결국 ‘고잉 홈’이었던 셈이다.
흩어져 있던 모난 원고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준 김필균 편집자와 문학과지성사, 작품 이면의 무의미들을 모아 의미로 이름 붙여준 박혜진 평론가께 감사드린다. 나의 힘이자 백본, 부모님과 동생에게 감사한다. 내가 살아가는 매일의 세계를 완성시켜주는 아내와 두 딸에게 사랑을 전한다. 교실 안팎에서 만나는 학생이자 동료인 예술가들에게 감사한다. 말하고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지만 실은 늘 듣고 배우고 있음을 고백한다. 무엇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아직도 문학과 소설의 희미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당신에게 감사한다. 읽고 쓰는 일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어제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하리라 는 미련한 믿음을 나는 여전히 품고 있다.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고 거기가 어딘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집이라고, 고향이라고, 본토라고 부르고 믿는 모든 곳은 결국 길의 다른 이름
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고, 언젠가 이 여행이 끝나면 비로소 다 같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두에게 그 여행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우리는 도착할 거니까.
2024년 서울,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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