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동숙의 노래』 이후 9년 만에 창작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발표한 지 오래된 작품은 이번에 묶으면서 몇 군데 수정했다.
여기에는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로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소속 소설가들이 공동 발간한 『소설로 읽는 한국의 여성사』 『소설로 읽는 한국의 음악사』 『소설로 읽는 한국의 문학사』에 실었던 필자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이든 현존하는 인물이든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작가가 구현한 공통점이 있다.
‘고통을 포용하고, 이를 통해 의지를 드러낸다.’
죽음으로 한 삶의 역사가 마감되었지만 남은 자들이 기억해줌으로써 죽은 자의 ‘의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깨어보니 나 혼자더군. 그 새는 날아가버린 거였어.(And when I woke, I was alone. This bird has flown.)’
그렇지만,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어, 라고 이 글의 인물은 말하고 싶어 한다.
올 사월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구순이 넘었으니 가실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으며 의연한 마음으로 장례를 모셨다. 그러나 차츰, 묵은 슬픔까지 덧났다. 술이 익듯이 슬픔이 괴어올라서 의식의 과잉 상태가 나를 지배했다.
‘한 발 제겨 디딜 곳조차 없는.’
이런 즈음에 울산 장생포 아트스테이에 입주하게 되었다. 공기도 낯설고 주변 사물들도 낯설고 억양도 매우 낯설어서 외계에 온 것 같았다. 나는 누구이며 여기 왜 와 있나, 질문하면서,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정리하며 작가로서 삶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