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짧은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오래전 썼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일기장을 다시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을 내가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시절 나를 강렬히 사로잡고 있던 감정이나 질문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너무나도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여름의 빌라』(문학동네, 2020)를 출간한 직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4년에 걸쳐 씌어졌다. 그중 가장 먼저 발표한 「흰 눈과 개」를 썼던 봄과 소절집을 묶는 현재 사이, 내 개인의 삶에도 우리 사회에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탓에, 소설을 썼을 당시의 마음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교정지를 읽는 내내 아주 가마득히 먼 과거에 쓴 소설들을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들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 쓴 소설들에 상실 혹은 상실 이후의 풍경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눈이 내리거나 쌓여 있는 장면이 유독 많다는 것은 교정지를 읽던 중에야 깨달았다. 소설집 전체를 아우를 제목을 정하며 눈이나 겨울이 들어간 단어와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은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 소설집의 제목은 ‘봄밤의 모든 것’이 되었다. 유난히 겨울의 풍경이 많은 이 소설집에 ‘봄’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을 붙이며, 최근 내가 쓴 산문의 한 구절(“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볕을 찾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다”)을 변형해 여기에 적어두고 싶다.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썼다. 소설을 쓰는 사람인 한, 계속 그런 마음으로 써나가고 싶다.
[……]
어느새 네번째 소설집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좀처럼 쉬워지지 않지만, 소설을 쓰는 기쁨 역시 조금도 줄어들지 않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