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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송기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

최근작
2016년 12월 <벽 속의 풍경>

송기학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LEAF OF LEAVES》《그리고 잎》《벽 속의 풍경》등의 개인전과 《사진으로 보는 부산의 근대건조물》등의 여러 차례 기획전을 가졌다. 2010년 부산사진문화상(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저서로는 《잎들의 잎》《벽 속의 풍경》《빛과 어둠의 칸타타(공저)》《사진으로 보는 부산의 근대건축(공저)》《사진과 신문으로 보는 피란수도 부산 1023(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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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벽 속의 풍경> - 2016년 12월  더보기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 얼마간의 골목길이다. 좁고 급하게 꺾이는 골목길은 근 십여 년을 마주하며 다녔던 길이었고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상의 풍경이었던 골목길이 어느 순간 우연히 다가와 나에게 또 다른 무언가를 던져줬다. 골목길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었고 골목을 이어주던 그곳에는 바람을 안고, 비를 맞으며 굴곡 많은 시간을 견뎌낸 벽이 있었다. 늘 존재하였지만 인식하지 못한 하찮은 존재였던 벽은 나에게 가장 가까운 풍경이 되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매일 변하지 않는 민낯을 보여주지만 또한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자체로 삶의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면서 부식되고 마모되어 희미한 모습으로 남아 아련하다. 따사로운 바람 한 점 지나가면 벽에는 또 한 꺼풀의 풍경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비에 젖어 몹시 깊은 풍경을 연출하였고 저녁햇살이 긴 그림자를 드리울 때면 자투리 햇빛을 받아 더욱 강렬한 풍경을 구워낸다. 그 풍경들은 내 프레임 속에 깊이 새겨져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림이 된다. 눈 내리는 숲으로, 파도 일렁이는 바다로, 시골의 들판으로 그리고 안개 가득한 호숫가로 승화한다. 벽은 순수함이 있고 내밀함이 있고 기다림이 있다. 시간이 빚어낸 결코 가볍지 않은 숭고한 흔적의 표상물이다. 더할 나위 없는 짜임으로 가득하다가도 쓸쓸한 공허감으로 침묵하는 순간 완벽한 고요함으로 스며든다. 가만히 대면하고 있으면 그리움과 향수에 미묘한 감정의 떨림으로 다가온다. 번잡한 일상에 부대껴 차갑고 퍼석했던 마음도 어느 틈엔가 부드러운 입김으로 살아난다. 벽이라는 자체의 구상에서 가난하고 고단한 변두리의 삶에서만 볼 수 있는 따뜻한 추상으로 옮겨가는 찰나이다. 벽에는 없는 듯하다 생겨나고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풍경들로 가득하다. 벽과 마주하고 작업을 한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시리즈의 중심은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구하는 데서 시작했고 그 시간은 나에게는 위로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몇 십 년이 지났을 때의 벽은 또 어떤 흔적을 담고 있을지, 나에 대한 이미지를 벽은 어떻게 품고 있을지 궁금하다. 시간의 흐름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피부를 지워나가고 결국 사라지게 만든다. 당연하게도 그로 인해 벽은 소멸될 것이고 인간은 죽음을 맞는다. 벽을 촬영하는 순간에는 가슴과 정신과 셔터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시간도 정지시켰고 감정도 정지시켰다. 오롯한 벽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조금의 비틀림도 허용하지 않았다. 3차원적인 공간감도 존재하지 않고 원근감도 없는 지극히 평면적으로 촬영하였다. 좁디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촬영한 그 시간은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었고 몹시도 회귀하고 싶은 공간으로 간직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살아 있음의 순간들은 모두 흔적이고 기록으로 남는다. 이번 사진은 그 시간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거기에 내가 있었음의 흔적인 것이다. - 2016. 송기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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