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을 아주 멋지게 보냈어요. 시간은 언제나 충분했고 그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울 수 있었지요.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책 속에 풍덩 빠져들어 이런저런 공상을 하는 것이 제일 좋았어요. 요즘처럼 책이 많진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사주신 책 가운데서 마음에 쏙 드는 동화를 발견하면 정말 행복했어요. 모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보다 더 마음 졸였고,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몰래 닦기도 했어요. 무서운 이야기는 차마 계속 볼 용기가 없어서 눈을 꼭 감고 책장을 마구 넘기기도 했어요. 어떨 땐 쪽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책장을 넘기는 게 무척 괴로웠지요. 그렇게 책을 읽으면 나도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아주 먼 곳을 여행 다녀온 것도 같고, 4차원 세계에 갔다 온 것도 같은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