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으로 갈 곳을 잃은 소년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지대한 데 반해, 어째서 같은 처지인 소녀들의 이야기는 좀체 들을 수 없는 것일까? 어마어마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침묵 속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7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한 학회가 열렸다. 이 학회는 해외에 나가 있는 남수단 여성들이 한데 모이는 귀한 자리였다. 그리고 여기에 참석한 여성들은 ‘남자가 아닌 존재’로서 장차 남수단의 정재계에 없어서는 안 될 미래의 주인공들이었다.
로라 데루카와 나는 이 자리에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사연들을 접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로라는 인류학자로 여러 해 동안 수단인 공동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로라는 동아프리카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었고 언어와 문화, 역사 등에 두루 해박했다.
학회에서 만난 수단 여성들은 대부분 관대하게 자기가 겪은 일들을 들려주었지만, 실상 너무 어릴 때 목숨을 걸고 고향에서 탈출한 이들인 만큼 기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크게 고통스러워했다. 실제로도 어마어마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로라와 나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종합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릴 것인지 논의했다. 그 결과 선택한 방법이 소설 형식이다. 이들의 경험이 하나하나 특수하긴 하지만, 그 모든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여성이라는 것 한 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고서 주인공 ‘포니’가 탄생했다. ‘포니’는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포니가 겪은 일들은 모두 남수단 난민 여성들, 살아남기 위해 생사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 여성들의 실제 경험에 기반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