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에 어슬렁거렸다. 낙엽 타는 냄새가 자욱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낮에는 초가 되어가는 낙과(落果) 냄새와 마른 풀냄새를 맡았다. 아스라해져가는 기억의 망사에 다시 뜨개코를 걸듯 냄새를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발은 늘 공중부양 상태. 그 마른 풀냄새가 올이 풀린 채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따라잡지 못했다. 저녁 골목, 타는 낙엽 냄새에 불러도 대답 않던 기억들이 울컥, 울컥했다.
애면글면하다 보잘것없는 자식 넷을 낳았다. 아팠고, 고통스러웠고, 벅찼다. 이번 넷째는 낙엽을 태우는 연기처럼 매캐하고 쓸쓸하다. 요나의 다시스행 고래 뱃속 같다. 요나와 달리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의무와 책임을 지고 여기까지 왔다.
가까스로 걷은 기억들을 펼치고 만지고 다듬어 나뭇잎 같은 옷을 입혔다. 볕과 바람에 마르고 찢길 줄 알면서도 옷을 입혀야 하는 일이 나의 소명임을 이제야 알겠다.
문학의 지경을 넓혀보리라 꿈꾸었던 날들, 어느새 반환점을 돈 듯한 이 시간. 이제는 넓히는 일보다 깊어지는 일을 남겨뒀다는 사실에 다시, 또 다시다. 나를 더 비워야 한다면 기꺼이 그리하리라. 섣부른 약속이라도 해놓고 새 힘을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