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희망, 교사 성장에서 찾다
교육은 희망일까? 교육이 미래사회를 장밋빛으로 그려줄 수 있는 힘과 기술을 담보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교육을 받게 되면 배움의 참맛을 알게 될까? 교육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적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할까? 누구라도 배움의 과정에 들어서면 배움이 가져다주는 자기 성찰의 모습을 평생 동안 멈춤 없이 갖게 되는 것일까? 서로 배려하고, 삶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관용하며 특정 그룹과 사회공동체, 국가와 문화적 테두리를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 가게 될까?
그러나 교육이 실현되는 양상은 교육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고 미래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그렇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교육의 본질적 속성은 함께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나와 ‘우리’의 지켜야 할 것을 ‘우리 이외의 것’으로부터 지켜내려는 활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잘 수행된 특정종교의 교육은 다른 종교에 속한 믿음과 그에 속한 사람들을 혐오하게 한다. 학교에서 특정 이념이 잘 교육된다면 다른 국가 혹은 같은 공동체 속의 다른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욕하고 배제하도록 한다. 특정 계층의 사람들에게만 접근 가능한 멋진 학교와 안락한 학습환경은 공동체의 분열과 사회구조의 재생산 고리를 강하게 만든다. 교육은 특정 공동체의 전통과 계층구조를 변함없이 유지하도록하는 이념적 도구이자 효과적인 수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이 희망을 담은 메신저이자 희망 자체라고 믿는다. 적어도 이 책에서 만나보게 되는 굴루의 시골학교 교사들과 이들의 성장을 직접 경험했던 우리 교사들은 교육이 곧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힘이라고 믿는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 적잖은 교육개발협력 지원이 이루어졌다. 부족한 학교 시설을 지어주고, 학생들이 볼 수 있는 교과서, 학습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우물, 위생시설을 함께 만들었고, 잘 배웠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체제를 함께 운영해보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연수가 제공되기도 했고, 학생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라고 지역사회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학생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고 배움을 나누는 교사들의 성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만남과 개입이 우간다 굴루,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에 변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은 호이 활동에 참여했던 한국의 교육전문가와 교사들이 함께 만들었다. 우리는 교사 자신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헌신이 학생의 배움을 만들어가고, 궁극적으로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를 바꾸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한국 사회의 희망 또한 교사들의 열성적인 배움에 길이 있다고 믿으며, 매일 매일의 삶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긴장과 갈등은 그 갈등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변혁적 대화를 통해 해결되리라 생각하기에, 주변의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의 교육문제를 논하는 장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특정한 사회 계층의 엘리트를 키우는 교육이 아닌 모두가 함께 배우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교육 공동체를 위해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호이가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호이가 제공했던 교사 네트워크는 이 이야기를 배태한 모체와도 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특정 기관의 이해관계를 떠나 교사의 성장을 자기 사명으로 삼은 교육자의 자기 성찰에 토대해 있다. 더욱이 우리는 교사의 성장이라고 할 때 교사로서 자신의 성장을 함께 고민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날아가 이국 오지에서 만난 부족한 교사들을 계몽하고 일으켜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애쓰는 똑같은 교사로 더불어 무엇을 배우고 또 서로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만난 굴루의 척박한 배움의 환경에서 교육이 가진 변화를 향한 희망의 가능성을 더 강하게 갖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가난한 삶, 우간다 정치가 던져주는 절망적 상황, 굴루 지역 학교와 교사의 무기력한 현실에서 시작하지만, 각 장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내다보는 교사들의 자기 성찰을 한가득 담고 있다.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사람들이 봉사 활동을 통해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식적 전환의 계기를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이 작업에 참여한 모든 교사들이 가르침과 배움이 엮어 내는 상호 변증법적 관계에서 우리 공동체의 성장을 가져오는 경험을 했다고나 할까?
우리는 이 책을 아프리카 사회를 알고 싶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기획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만난 우간다 굴루 교사들의 성장과 변화를 도모하려던 우리의 기획과 실천이 똑같이 어느 국가, 어느 사회, 심지어 이곳 한국의 어느 학교에서라도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혹 멀고 먼 곳으로만 알았던 우간다와 그곳의 교육에 대해 새삼스레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면, 그 또한 좋은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책이 교육을 통한 미래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데 교사의 성장과 자기 성찰적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 질 수 있는 글로 여러분들 마음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비록 교단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어도, 매일 만나는 누군가에게 선생이 되고 또 동학이 되어 함께 성장하기를 소망한다면 우간다 굴루의 교사들의 고백 섞인 이야기들은 곧 여러분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밝게 하려는 배움의 내공이 조금씩 상승한다는 느낌과 함께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출간이 이루어지기까지 도움을 아끼지 않은 분들의 이름을 열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호이를 설립하고 케냐를 거쳐 우간다의 교사지원 사업을 설계한 박자연님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교육이 희망이라는 신념을 담아 단체의 이름(Hope is Education, HoE)을 만들었던 것처럼 호이의 교육이 싹트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초석을 세웠다.
비록 저자로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호이를 이끌고 있는 김서형 대표님과 사무국의 오유정, 최영선, Ceed 임진호 박사님, 호이 우간다 지부를 거쳐간 김은파, 피로신, 그리고 엠마누엘과 패트릭을 비롯한 현재 우간다 사무실의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들의 도움과 지원 없이는 한국 교사로서 의미 있는 만남과 그 속에서의 배움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굴루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던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특별한 사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매일 열악하고 힘든 여건 속에서 이들이 이루어내는 학교의 활달함은 우리 교사들의 느슨함과 태만을 일깨우는 회초리와도 같았다. 늘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변화를 응원한다.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받아준 안상준 대표님과 박영스토리 출판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선경 차장은 원고가 채 완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심을 기울여주었고, 우수출판저작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해 우리 저자들의 기를 북돋아 주었다.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책이 세계시민을 꿈꾸고 또 이를 위해 실천에 앞장서는 한국의 교사들에게 좋은 도전거리로 회자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공저자를 대표하여 유성상, 조현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