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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종교/역학

이름:윤선아

최근작
2017년 4월 <자비와 사랑의 혁명>

윤선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기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 신학연구소 편집부에서 일했으며 현재 독일에 살면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분도출판사에서 『병자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떼제 공동체와 로제 수사』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조르주 루오』 『마르크 샤갈』 『황혼의 미학』 『내 마음의 거울 마리아』 『그러니, 십계명은 자유의 계명이다』 『행복의 일곱 기둥』 『프란치스코가 프란치스코에게』 『지혜』 『천사』 『사랑』 『수도원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당신 곁에 있을게요』 등을 우리말로 옮겨 펴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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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옅푸른색 잉크로 쓴 여자 글씨> - 2016년 5월  더보기

10월의 어느 아침 찾아온 한 통의 편지 1936년 10월의 어느 날 아침, 오스트리아 교육부 차관이며 얼마 전 50세 생일을 맞은 레오니다스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본다. 가난한 고등학교 라틴어 선생의 아들로 태어나 가정교사 노릇을 하며 겨우 대학 공부를 하던 시절, 그는 기이한 인연으로 기숙사 옆방의 유대인 친구로부터 새것이나 다름없는 연미복 한 벌을 물려받게 된다. 상류사회에 대한 커가는 동경과는 달리, 궁핍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열등감에 시달리던 레오니다스는 이 연미복을 입고 무도회에 갈 기회를 얻는다. 타고난 춤 솜씨와 잘생긴 외모 덕분에 그는 빈 상류사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하고, 부잣집 딸들의 열렬한 구애의 대상이 되기에 이른다. 빈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딸인 아멜리가 레오니다스에게 반하게 되고, 아멜리는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레오니다스와의 결혼을 관철시킨다. 아멜리와의 결혼과 함께 레오니다스에게는 세상을 향한 문이 더 활짝 열린다. 승승장구 출세 가도를 밟아온 그는 지금 오스트리아 최고위 관료 중 한 사람이며, 누구나 인정하고 존경하는 상류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한때 그를 사로잡았던 열등감은 잊힌 과거가 되었다. 그런데 10월의 어느 아침, 한 통의 편지가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행복한 성채에 날아든다. 그는 생일 축하 편지들 사이에서 옅푸른색 잉크로 쓰인 여자 글씨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이 편지는 오랜 세월 안정된 궤도를 달려온 레오니다스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다. 나치가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의 병적이고 잔인무도한 이념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정권의 선동에 현혹된 적극적 지지자들의 참여 못지않게 나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수수방관했던 나약한 기회주의자들의 간접적 동조 역시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오스트리아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르펠은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병합되기 전 빈에서 이런 사람들, 이른바 ‘함께 달리는 사람들(Mitlaufer)’을 무수히 경험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레오니다스 역시 그런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들 중의 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야비한 방법으로 애인을 저버린 ‘혼인 빙자 사기꾼’이었으며, 아내에게도 신의를 지키지 못했다. 사생활에서 드러난 그의 이런 기회주의는 유대인을 공공연하게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유대인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삼가는 그의 정치적인 자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베르펠은 레오니다스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전체주의의 발흥이라는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과 이어져 있는 착잡하고 어두운 국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하지만 작가는 레오니다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더는 자세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되, 인물에 대한 도덕적인 단죄를 전면화하지는 않는다. 그 침묵의 시선 속에서 작가는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레오니다스가 상연하고 있는 자기기만과 위선의 극장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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