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어떤 점을 좋아하세요?” 고양이 그림을 끊임없이 그려서인지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생김새가 좋아요.” 이십 년 동안 제 대답은 한결같지요. 고양이가 몸을 둥글게 말아서 잠자는 모습, 온몸을 길게 늘여 기지개를 겨는 모습, 데굴데굴 몸을 뒤집어 배를 내미는 모습, 뒷다리를 앞으로 끌고 와서 할짝할짝 거리는 모습 등 고양이가 자유자재로 몸을 바꾸며 움직이는 모습들은 보면 볼수록 새로워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양이랑 같이 지낸 지 얼마 안 돼서 잠든 고양이 위에 커다란 모자를 올려놓은 적이 있어요. 고양이가 눈치를 채고 바로 일어날 줄 알았는데 꼼짝도 않는 거예요. 고양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모자 속에서 발이 쏘옥 나와 발딱 일어서더니 머리를 왼쪽 오른쪽으로 흔드는 거예요. 아이 고양이가 커다란 모자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고양이가 마치 “이게 뭐야. 뭔가 이상해.”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모자 속에서 춤추듯 귀엽게 움직이더니 쏘옥 얼굴이 나왔어요. 고양이가 내민 얼굴은 정말 즐거운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안녕, 고양이야!" 하고 고양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이 이야기를 《모자가 빼꼼》에 담아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