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초·중·고등학교 글쓰기 수업을 해오면서 내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는 글쓰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숙제였다. 아이들과 놀고 부딪히고 뒤엉키다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여러 매체(음악, 미술, 영화, 연극, 몸짓 등)를 이용해 소통한다. 그 중 글쓰기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인 말하기만큼 일상적인 도구이다. 누구나 말을 하는데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글도 누구나 쓰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도 모른다. 가끔 무언가 어려운 말을 하는데 알맹이가 없다는 평을 듣는다. 본인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를 때 그렇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쉽고 적확하고 편안하게 전달한다. 글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표현할 때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써야 상대방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글쓰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어린이들이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해 억울할 때가 있다. 잠자리에 누워서 그 때 그 말을 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일도 많다. 그럴 때도 글쓰기는 도움이 된다. 억울하고 슬플 때뿐만 아니라 기쁘고 행복할 때도 그렇다. 밥 먹고 소화가 안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감정도 소통이 안되면 체한다. 흔히 말하는 홧병이 난다. 이상하게도 말은 혼자 하면 그냥 혼잣말인데, 글은 혼자 쓰는 일인데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전제가 있어 혼잣글이 아니다. 이후 누가 그 글을 읽든 읽지 않든 쓰는 동안 이미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살아가면서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표현하고자 할 때 글쓰기는 참 좋은 도구이다. 이런 도구 하나 더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