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에 태어난 라가슈는 프랑스 정신분석 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커다란 소동들에 얹혀 도매금으로 넘어간 몇몇 정신분석가 중의 한 명이다. 세력이 막강했던 사샤 나흐트Sacha Nacht나 머리가 비상했던 자크 라캉과는 대조적으로, 라가슈는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심리학을 전공한 빈틈없는 대학 교수였다.
물론 눈길을 끌지 못하는 치밀함을 가졌다는 것이 분석가에게 결점은 아니다. 그러나 인기와 명성이 성공 조건인 정신분석 판에서, 라가슈가 불리한 것은 분명하다. 정신분석 집단의 이합집산 속에서, 라가슈는 나흐트라는 존재의 압제적인 분위기를 참지 못하면서도, 동시에 신뢰할 수 없는 라캉에 합류하기도 싫은 사람들의 지주 역할을 한다.
1953년 라가슈는 나흐트에 대항하기 위해 라캉과 연합하여, 나흐트가 이끌고 있던 국제 정신분석 협회Association psychanalytique internationale(API) 산하의 파리 정신분석 학회(SPP)로부터 떨어져 나와, 프랑스 정신분석 학회(SFP)를 결성한다. 그러나 그 결합은 얼마 가지 못한다. 라가슈 그룹은 1964년 라캉으로부터 분리되어 프랑스 정신분석 협회(APF)를 구성한다.
라가슈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치밀하고 훌륭한 저서, 『작품들OEuvres』을 남긴다. 그렇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정신분석 역사에 길이 남을 책, 라플랑슈와 퐁탈리스 공저의 『정신분석 사전』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