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에티오피아의 많은 참전용사 분들은
어려움에 처한 한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고 말씀하셨다.
6,000명의 참전용사 가운데 122분이 전사하셨다.
그리고 5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에티오피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4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를 암살하고 쿠데타로 집권한 멩기스투 공산주의 정권은 국민들의 삶을 파탄시켰다. 불안한 정치, 경제상황으로 나라 살림은 계속 뒷걸음 질 쳤고 국민들의 생활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참전용사 분들의 삶은 비참하지만 자유를 지켜냈다는 강한 자부심을 지니고 생활하고 계셨다.
참전용사 다떼세 씨는 “다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57년 전과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씀 하셨다.
내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참전용사 분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분들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을까? 그 분들의 과거는 있지만 현재에 관한 것은 없다.
전쟁이 끝난 지 57년이 지난 지금 그 분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전쟁의 증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가고 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작업은 그러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진들은 2007년 2월-3월, 4월-6월 까지 60여 일 동안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미망인 그리고 가족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것이다. 슬픔과 감동 그리고 보람으로 가득 찬 60여 일이었다.
이 작업을 위해 에티오피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회관을 중심으로 참전용사 집단 거주지역인 코리아 빌리지를 한 집 한 집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최소한 세 번 정도는 방문을 해야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언어,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지만 참전용사 분들의 아낌없는 협조로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60여 일 동안 매일 8~10시간 걸었다.
10kg 빠졌다.
한국전쟁은 아직도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웃들 그리고 참전16개국의 수많은 참전용사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의 아픔이 우리들의 아픔이다.
우리에게 한국전쟁이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왜 잊어서는 안 되는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분들의 57년 후의 모습을 통해 한국전쟁의 현재의 의미를 되새겨보려고 한다.
본 사진작업을 위해 아낌없는 협조를 해주신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분들에게도 이번 작업의 성과물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아메세키날루(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