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가 무슨 이런 책을 다 내?”
혹 이렇게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책도 한 권 내고 싶은 욕심을 못 눌러 이렇게 책을 낸다. 이른바 노욕(老慾)이라는 것이겠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Ⅰ은 시(詩)다. 내가 시를 썼던가? 지난 봄 서가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시가 됐든 못 됐든 내가 쓴 글이어서 버릴 수가 없다. 끝 두 수 과 는 며칠 전에 썼다. 앞 두 편은 동시(童詩)다.
Ⅱ는 수필(隨筆)이다. 이 장은 어린이를 위한 수필(童隨筆), 짧은 수필, 보통의 수필, 이렇게 세 부분으로 짜여 있다. 내가 쓴 수필들 중 그래도 좀 마음에 드는 것들이다.
Ⅲ은 소설(小說)이다. 역시 지난 봄 서가를 정리하다가 눈에 띈 것이다. 아마 30대에 쓴 것 같은데, 그러면 50년 전이다. 내가 그때 소설을 썼다는 게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어떻든 내 젊은 날을 보는 것 같아 또 못 버리고 여기 싣는다.
Ⅳ는 넓은 의미의 비평(批評)이다. 이 가운데 과 은 내 동갑내기 친구, 그 둘의 사람을 논한 것이고, 그 밖의 것은 약간 천착해 본 글들이다. 이 가운데 은 내가 비교문학의 이론을 배우고 처음 써 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