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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지영

최근작
2023년 3월 <바람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아>

김지영

시인, 수필가, 스토리텔러
(사)한국문인협회 광진지부 회장
모란촌, 시산문, 한국문학예술, 전국어머니편지쓰기 회원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경찰청 글쓰기대회 금상
성동주부백일장 장원
전국마로니에 여성백일장 장원
한국문학예술총연합회(예술세계) 신인상/등단
동서커피문학상 맥심상
계간웹북 시조 신인상
한국문학예술 드라마 신인상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상

저서
시집 『내 안의 길』 (청송시원, 2002)
『태양』 (이지출판, 2010)
『내게 연못을 주세요』 (열린시학, 2021)
『바람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아』 (이지출판, 2023)
수필집 『시간의 나이아스』 (시산문, 2017)
『1929년 오준임 그래도 꽃길이었어요』 (이지출판, 2022)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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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바람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아> - 2023년 3월  더보기

창밖에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간격에 따라 바람의 세기를 짐작하곤 했다. 같은 창을 통해서 보는 풍경이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오늘이 날마다 새로운 시간이란 인식을 가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아주 오랫동안 건너온 하루들을 계산한 적이 없다. 마치 한날 같기도 하고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아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시간을 써 버렸다. 지난날 흘려 버린 시간이 바다까지 가서 잘 도착해 있을까? 아니면 떠돌다 떠돌다 저 허공 어딘가에 무늬가 되어 물결로 출렁거릴지도 모른다. 삶의 변방을 오래도록 서성거렸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가 어떤 상황 속에 있어도 우주의 운행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연주하는 삶의 음악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색했고 당황했다. 내가 홀로일 때 말없이 나를 들여다보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가끔 내가 만질 수 있도록 살갗을 내주기도 했다. 계절의 피부를 더듬으며 그 안에 내재된 단어와 조우할 수 있었다. 혼자 있어도 눈물이 나던 그런 날에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입속으로 흥얼거렸다. 걷다가 발바닥이 벗겨지면 언덕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낮에도 보이는 작은 별들을 따라 아주 먼 우주로 날아가곤 했다. 공기마저 없는 허공에서 한때를 돌아다니다 돌아오는 날은 허기가 몰려오곤 했다. 또다시 시작되는 삶은 기쁜 날보다는 외로운 날이 더 많았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밀려오던 슬픔, 큰바람이 부는 날보다 잔잔한 바람이 부는 날, 큰 눈이 내리는 날보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팔랑이는 눈송이,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하염없이 가슴이 무너지곤 했다. 덜컹 바람이 유리창을 흔든다. 인식이 나를 시간의 골짜기로 데리고 갔다. 시간은 언제나 주어지지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과 같다. 나는 그것을 가둘 수도 내 것이라고 특정 지을 수도 없다. 지구의 광활한 표피 속에 나는 알뿌리 하나도 키우지 못했다. 돌아보니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안의 인식이 선택한 단어들이 내 마음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것은 내 슬픔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중화하기도 했다. 내가 나열하는 단어들 또한 누군가에게 선택되고 빛날 것이다. 나의 시간이 아침을 건너 정오를 따라가다 저녁에 머문다면 나도 그곳에 멈추어 설 것이다. 때로는 침묵이 가져다주는 위안으로 몇 시간을 버티고, 다른 시간으로 건너가곤 했다. 누가 곁에 있든 아니든 인간은 궁극적으로 혼자다.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은 근원적인 고단함이며 상처다. 세상이 어떤 식으로 달려가든 해빙은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것이고 내 곁에도 물결로 번져오리라. 바람 속에서 봄의 냄새를 맡았다. 나는 지금 지구의 변방에서 어린아이가 되어 놀고 있다. 바람과 흙으로 떡을 빚고, 풀꽃으로 반찬을 만들고, 꽃향기를 소스로 뿌려 한 상을 차렸다. 빛, 구름, 하얀 목련과 수국, 보랏빛 라일락, 너의 물결이 파장으로 밀려오고 있다. 귀를 세우지 않아도 들려오는 작은 개울물 소리, 나는 살아 있고 세상의 모든 것은 자기 방식으로 노래했다. 세상의 틈새에서 자주 오류에 빠질 때, 바람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은 날을 꿈꾸곤 했다. 고뇌의 봄을 지나 무성한 여름이 오면 그늘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노을 같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끝에서 들려오는 소리,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그분을 향해 간절해지는 것이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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