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클래식을 통하여 그 시대의 육성을 느끼고자 했다. 그래서 작곡가 개인의 신상명세보다는 그 시대의 상황과 열망과 슬픔과 희열과 전망을 훑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당대의 정치, 사상, 문학, 미술, 건축 등을 총제적인 시각에서, 그러니까 퇴장당한 축구감독이 관중석에서 22명의 몸놀림을 내려다보듯이, 마음속에 진입한 음악을 어느 정도 심미적 거리를 두면서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당대의 한정된 틀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삶의 어떤 불안과 불만에 스며드는 모습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네트를 넘어가는 날렵한 테니스 공처럼 많은 음악들이 시공을 초월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