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행동인 줄은 알지만 나는 길거리에서 개 주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개에게 인사를 건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개들은 "주인하고 같이 왔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난 녀석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정말 즐겁다.
슈퍼마켓 앞, 주차시간 자동표시기 옆에 묶여 있는 개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내게 "혹시 우리 주인하고 아는 사이세요? 모르신다구요? 그러시겠죠. (한숨) 도대체 우리 주인은 언제 나올까요?"라고 묻는 것 같다.
내가 "곧 나올테니 조금만 기다려봐."라고 말하면 개는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시는군요."라고 말한다.
(...) 인정하자. 우리는 솔직히 개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도 말을 하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사실 사람은 말을 하더라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개들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서 뛰어내려 주인에게 와락 달려드는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하지만 개들은 말을 할 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인간들도 자기들처럼 말을 하지 못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두 종족이 숲 속에서 함께 뛰어 놀 수 있게 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