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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약력을 고쳐 쓴다고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태어난 지방 도시에 다시 가본 것은 수십여 년이 지난 뒤였다. 기억의 흔적을 찾지 못해서 다행스러웠다. 서울의 한 동네 안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녔다. 집에서 학교가 가까운 게 싫어졌기 때문에, 먼 곳의 학교를 다니는 상상을 했다. 대학 시절 학과에서 제때 졸업한 몇 안 되는 남학생 중의 하나였고, 졸업식은 가지 않았으며, 몇 년 후 문학비평가가 되었다. 진해에서 해군사관생도를 가르친 적이 있으며,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로 20여 년을 재직했다. 직장이 있던 남산과 안산 사이, 남산타워의 늦은 불빛과 서해안고속도로 화물차들의 둔중한 속도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하지 못한다. 어느 날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 어떤 선택에도 충동과 단념이 섞여 있다. 사랑의 서사에서 일인칭 시간의 진실 같은 것은 없어서 『사랑의 미래』를 썼다. 일인칭의 사실성을 비껴가는 ‘익명의 에세이’라는 글쓰기에 이끌린다. 문학적 글쓰기는 자기 얼굴을 지우면서 침묵과 고독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유려한 풍광보다는 도시의 무의미한 그림자와 뒷골목의 어지러운 공기에 더 많이 매혹된다. 거리의 소음은 부주의하지만, 저녁의 걸음걸이가 만드는 무력한 리듬이 있다. 단일한 인격과 우월한 지혜를 가진 저자의 권위 같은 것을 잘 믿지 못한다. 약력을 쓰는 자는 약력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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