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아 등단. 시집 『등 뒤의 시간』, 『귀를 접다』, 청소년시집 『만렙을 찍을 때까지』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공부』,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와 『국어사전에서 캐낸 술 이야기』, 『맹랑한 국어사전 탐방기』, 『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1.2』, 『문학과 영화로 만나는 아프가니스탄』, 『시를 즐기는 법』 등 여러 책을 썼다.
사전 속에 숨어 있는 우리말의 세계
국어사전을 찾다보면 처음 보는 낱말을 만날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자주 쓰던 낱말에 낯선 뜻이 덧붙어 있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기억의 저장고를 늘리는 재미와 함께 그동안 우리말을 너무 찬밥 신세로 만들어 왔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누리’가 세상을 뜻하는 말이란 건 알아도 우박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방망이’가 커닝 페이퍼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으며, ‘보자기’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일러 주면 눈이 둥그레 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쥐새끼’가 물고기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사실까지 덧붙이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싹 다가앉을지도 모르겠다.
국어사전 속에는 무엇보다 옛 풍습이나 음식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닭김치’니 ‘상수리밥’이니 하는 낱말이 나오는가 하면 ‘뛰엄젓’이라는 낱말을 통해 개구리로 젓을 담가 먹기도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러니 참새로 만든 ‘참새만두’ 가 있다는 사실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렇듯 국어사전은 낱말 풀이 말고도 뜻밖의 지식을 얻는 재미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므로 평소 국어사전을 들춰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한번쯤 국어사전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그동안 모르던 낱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예전에는 널리 쓰였음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사전 속에 갇혀 숨이 끊어질 때 만 속절없이 기다리는 낱말들을 바라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기라도 한다면 더 바 랄 나위가 없겠다. 그렇게 해서 날로 빈약해져 가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고,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을 다룬 책들이 서점에 많이 나와 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며, 내 가 작업한 결과물은 그러한 성과의 바탕 위에서 한 발짝 조금 앞으로 밀고 나아 간 것일 뿐이다. 가능하면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했으나,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끝으로, 이 책에 실린 낱말과 뜻풀이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바탕으로 했음을 밝혀 둔다. 한 나라의 국어사전을 대표하기에는 모자라는 점도 있지만 국립 기관에서 펴낸 사전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