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로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삼는 것을 보며 그저 이론만을 나열하는 철학입문서가 아닌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철학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속버스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히는 사소한 문제부터 인종차별, 장애인 혐오, 환경 문제까지 매일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 속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사는 방법의 힌트를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로 담아냈다.
지은 책으로는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토마스 프랭크) 등이 있다.
하지만 시대는 그를 버렸다. 순조로운 진보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낙관주의를 산산조각 낸 1950년대의 매카시즘과는 또 달랐다. 1970년대의 ‘저항’이 이렇다 할 열매를 맺지 못하고 스러진 뒤, 미국과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길로 접어든다. 그 속에서 대중은 물질주의와 과소비, 말초적 자극 위주의 오락에 탐닉한 나머지 더 이상 콘서트홀에서 ‘카타르시스’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클래식은 이미 소수의 취미에만 부응하는 낡은 예술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적 오페라’를 써본댔자 누가 진지하게 들어 주겠는가? 누가 그것에서 감동을 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는가? ‘시대의 총아’였던 그가 어느새 ‘시대의 박제’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 번스타인은 절망했으며, 끝내 그 절망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필생의 숙원을 이루지 못한 채, 아니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이렇게 보자면 그는 분명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았지만, 동시에 가장 원했던 일을 해내기에 필요한 행운은 허락받지 못했던 것 같다. …
번스타인이 겪었던 블랙리스트의 문제, 정치적 소신과 예술적 사명의 갈등, 그리고 시대와 자신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오늘날,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