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책을 처음 쓴 것은 열여덟살 때입니다. 내가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어떤 것을 써야 한다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엄마의 이야기였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딸은 엄마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엄마를 가장 불쌍해하고, 엄마와 다른 점이 수백만 가지지만 가장 닮아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리고 엄마라는 말에는 눈물이 스며있는 것만 같습니다. 입 밖으로 내기만 해도 울어버릴 것 같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의 엄마, 지윤은 태어나고 보니 제 엄마였는데 알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몸을 가지고도 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의 약하고 여린 것들에 관심이 많은 따듯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지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이 이야기를 저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인공이 되기를 참 좋아하는 아이였음에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쓰는 책의 주인공 자리를 지윤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특별해 보인다면, 그것은 지윤이 특별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