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하고 유려한 문체, 뛰어난 인물 조형, 간결함과 화려함이 절묘하게 결합된 아름다운 산문, 강렬한 신화적 상징성으로 SF/판타지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점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SF/판타지 소설작가.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독서광(신화, 전설, 동화가 주종을 이루는)이었고 열세 살 때 이미 단편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하여 폭넓은 문학적 안목을 갖춘 그는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영어와 심리학을 전공한 후 콜롬비아 대학에서 비교 문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1962년 「어메이징 스토리즈」에 '수난극'을 발표하여 SF계에 데뷔했다.
젤라즈니의 작품을 언급할 경우 종종 '신화 SF'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기 작품들, 특히 그리스 신화의 파토스를 핵전쟁 후의 황폐한 지구에 투용한 처녀 장편 <내 이름은 콘라드>, 트리스탄 전설과 파우스트 전설을 배경으로 한 심리 SF <드림 마스터>, 그리고 인도 신화를 종횡무진으로 구사한 <신들의 사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젤라즈니는 신화가 제공하는 풍부한 상징이라든지 신기함, 또는 문학적 환기력보다는 모든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간성의 원형을 탐구하는 일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실제로 SF 백과사전의 젤라즈니 항을 보면 종말론, ESP, 융 심리학, 신과 악마, 불사, 화성, 텔레포테이션, 구세주, 종교, 초인, 해저 등등의 주제들이 나열되어 있다.
굳이 경력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위의 주제들을 훑어보면 관심이 이공계보다는 주로 문과계 주제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불사성의 개념은 젤라즈니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어이다. 그를 이루는 이러한 뚜렷한 특징들은 그를 최고의 작가로 성장시켰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탐독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