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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해> 이남석 저자의 서면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탐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전작 <뭘 해도 괜찮아>처럼,
지식소설로 독자를 만나고 계십니다. 다소 생소한 장르인데요, 소설 형식으로 하고픈 얘기를 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지식을 팍팍한 정보의 덩어리로만 받아들이면 그 지식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중한 기회가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머리의 짐만 될 확률이 더 큽니다. 가슴으로 감동을 느낀다면 머리에 있는 것을 발로 가볍게 실천할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소설의 형태로 지식을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똑똑해진 사람이 많은데도 힐링이 필요하고, 사회는 더 힘들어지는 것도 따뜻한 지식에 대한 섭취가 부족한 지식 편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더 촉촉한 것들을 뽑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본인을 연상시키는 캐릭터(작가인 아버지)가 두 딸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글이
서술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가 궁금합니다.
- 실제로 저의 38살에 맞이한 삶은 우울한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마흔 이전에 뭔가를 이루고픈 생각에 저를 마음의 감옥에 가두고 고통을 주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울증을 이겨내고 폭발적으로 집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것은 이 책에 나온 것들을 제가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요즘 여러 강연을 하면서 진지한 모습으로 저를 대하는 청소년들을 보니 그때가 떠오르는 것이 가슴 아팠습니다. 제가 한참 우울증에 걸렸을 때 제 딸들이 제가 다니던 직장을 폭파시켜서라도 저를 웃게 해주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냥 재미있는 글도 위로용으로 쓸 수 있었지만, 저는 당시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웃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오히려 정면돌파의 방법을 생각해서 문제를 직시하거나 예방주사를 놓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애들과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로 집어넣으면서 저에게는 각별한 느낌이 있는 책입니다. 부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을 주저앉히는 진창에서부터 벗어나기 바랍니다.
슬픔도 분노도 아닌, ‘따분함’이라는 감정으로 청소년의 상처 난 마음을 들여다보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 우울증이 깊어지기 전에 그나마 극복할 힘이 있을 때 나오는 신호인, 따분함 즉 권태를 이해를 하면 우울증도, 극단적인 선택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우울증이 생기고 나서야 고위험군 운운하며 처방을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상처도 많이 받았고 자력으로 헤쳐 나오기가 힘드니까요.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기는 바로 ‘지금’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한데요, 청소년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사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입니다. 의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복이 목적이기 때문에 힘든 일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청소년이 알았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책들은 겉의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을 찾는 내용을 꼭 넣습니다.
따분함이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한
아이와 아버지의 대화를 오래 읽게 되었습니다. 원시인은 따분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요즘 청소년은 따분함을 느낍니다. 예전 청소년보다 요즘 청소년이
더 자주 따분해하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중요한 것은 청소년 자신이 처음부터 뜻한 바 있어 따분함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 달려가게 밀어내는 어른들이나 사회적 힘 앞에서 청소년은 적극적으로 달려나가는 기계가 되거나 적극적으로(어른들이 보기에는 소극적으로) 느림보가 됩니다. 둘 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그냥 행복과 멀어지는 길을 가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올바른 길을 가도록 힘을 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에게 저처럼 용기를 주고 자극을 주는 동시에,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청소년이 숨 쉴 대안을 만들어 주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것도,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누구나 가장
예쁘고 잘생겨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자신을 잘 돌봐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찾을 수 있을까요
- 누군가에게 보여야 하는 삶이 아니라, 자기가 누려야 하는 삶이니까요.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삶이니까요. 자신조차도 구경꾼이 되어서는 진짜 자기를 내팽겨친 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기웃거리게 되어 있습니다.
아픈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한 단어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회복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꼭 힘든 일을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이겨내면 더 강해지고 행복해집니다.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동화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아니 동화조자도 어려운 일이 생깁니다. 부디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의 행동 방식을 미리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인데요, 청소년이 아닌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 어른들의 삶의 선택에 대한 책을 낼 예정입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같은 책을 책에서도 추천해주셨는데요, 따분한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학>이라는 책입니다. 삶을 행복의 기운으로 차오르게 할 실천 요령을 많이 구하기를 바랍니다. 결심을 하기도 힘들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심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 실행을 하려고 결심도 하고 책도 읽는 것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냥 뭔가를 알거나, 아는 척을 하거나, 모른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책을 읽기에는 인생의 가치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더 위대합니다. 모든 생명처럼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기 때문에 행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맘껏 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우울해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행복의 길을 더 가기 위해서 노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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