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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에서 만난 반가운 책과 사람 <불편해도 괜찮아>와 김두식 선생님입니다. 인사동의 호젓한 전통찻집에서 시원한 냉모과차를 나누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마주하는 요즘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를 이미 읽으신 분들께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보충 자료로, 아직 책을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인권감수성'을 전할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마지막까지 원고를 검토하며 꼼꼼하게 수정해주신 김두식 선생님, 반가운 책을 펴내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창비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인터뷰 진행 및 정리_알라딘 인문MD 박태근)
책을 쓰는 일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고 세상에 말을 거는 방법이다 성급한 질문이지만 집필과 관련한 내용이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평화의 얼굴> 서문에서 국가의 본질, 교회의 본질을 말하기 위해 3권의 책을 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의 얼굴>, <헌법의 풍경>,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겠지요. 말씀하셨듯이 그 이후 두 권의 기획물을 출간하셨는데, 하나의 큰 흐름을 마무리한 지금, 선생님께서 새롭게 그리고 계신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제 본론인 <불편해도 괜찮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 주제 가운데 청소년 인권과 여성 인권을 다룬 장이 기억납니다. 청소년 인권은 따님 이야기인데 선생님 딴에는 배려하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고 여성 인권에서는 강의실에서 (사법시험 합격 이후 마담뚜가 접근해온다는 맥락에서 여학생을 배제하는 표현이 되어버린) 마담뚜를 말씀하시다가 크게 얻어맞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문에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듯합니다. 앞서 든 예처럼, 살다보면 의식이 작동하지 못해 깨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런 자각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불편해도 괜찮아>도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책이에요. 판례나 인권 협약을 설명한 게 아니라 이야기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야기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사람이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남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솔직히 나누다 보면, 거기서 공감이 시작되죠. 그래서 늘 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게 되는 건데, 생각해보면 그게 또 쉽게 글을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사실 제 책들은 저의 고민에서 시작해서 제가 그 시점까지 찾은 답들을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대단한 사회과학 책이 아니고요. 안타깝게도 사회과학 분야는 훨씬 넓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접근성이 떨어질 때가 많아요. 어렵다는 선입견도 있고, 교보문고만 봐도 사회과학 코너가 제일 구석에 있거든요. 사회과학과 문학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요. 제가 사회과학 코너에서 종교까지는 발전했는데 아직 문학 코너까지는 가보지 못했어요. (웃음) 이 책을 쓰면서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이 책의 분류도 여전히 사회과학을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사람들이 수필을 재미나게 읽고 인문학은 지식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과학은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한번 그걸 넘고 싶어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사, 임지 변경, 유학 등의 이유로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고려대 법대와 미국 코넬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고, 군법무관, 검사, 변호사,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등 몇 권의 책을 썼다. 트위터 @kdoosik 다른 저자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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