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는 두 고양이 이야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째인 조니는 2009년 10월부터, 둘째인 빌리는 2013년 12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둘 다 생후 1년이 안 된 손바닥만 한 새끼 고양이였는데, 지금은 모두 노묘가 되었다.
조니는 친구가 길에서 구조해 임시 보호하던 녀석이다. 마침 내가 막 자취를 시작했을 때라 친구가 키워보라고 권했는데, 내가 머뭇거리자 집으로 고양이를 데려와 실물을 보여주었다. 그날로 조니는 우리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새끼 고양이의 마성이란 실로 대단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조니는 우리 집에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온 가구를 들어내며 숨은 조니 찾기를 몇 달 동안 해야 했다. 가까워지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동거묘는 조니 하나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2013년 12월 겨울 문턱, 조그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연남동 골목에서 귀갓길에 나를 쫓아왔다. 어디까지 쫓아오나 두고 보니 해맑게 집까지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낯선 친구가 들어오자 조니는 비상이 걸려 하악질을 하고 난리가 났는데, 새끼 고양이는 태연하게 조니 밥도 먹고 조니 물도 먹고 조니 장난감도 끝장이 나도록 가지고 놀았다. 복작거리는 원룸이 녀석에겐 매우 신나는 장소였던 것 같다.
이 물색없는 고양이는 집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나는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 조니를 위해 사료와 물을 챙겨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나갔다. 주차장 한쪽에 사료를 놓아주자 새끼 고양이는 다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난 그 틈에 잽싸게 집으로 들어왔다.
거기서 녀석과 나의 인연이 끝날 수도 있었겠으나 두어 시간 후 나는 집 앞 슈퍼에 간식을 사러 나갔다.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뒤에서 무언가 쌩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더니 10미터쯤 앞에서 녀석이 뚝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반가움과 원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니, 그렇게 보인 건 아마도 내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난 다시 못 이기는 척 녀석이 집 안으로 쫓아 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 몰골이 꾀죄죄하여 목욕만 시키고 내보내려 했는데, 목욕을 시키자 녀석은 기절을 해버렸다. 그래서 그날 밤만 재우고 다음 날 내보내려 했는데, 그로부터 4년 후, 녀석은 언제 그랬냐 싶게 집을 나가버렸다.
이 녀석이 빌리다. 2017년 9월 23일 망원동에서 빌리를 잃어버렸다. 8년간의 연남동 생활을 마감하고 일산으로 이사하기 전날 망원동 부모님 댁에 고양이들을 하룻밤 맡기러 갔는데, 그곳에서 줄도 매지 않고 빌리를 안아서 옮기다가 품에서 놓쳐버렸다. 쏜살같이 달아난 빌리는 시야에서 금세 사라져버렸다.
이 책은 무지하고 부주의한 집사 때문에 뜻하지 않게 수개월간 길거리 생활을 하게 된 빌리의 생존기이자,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기 위해 밤마다 유령처럼 망원동 골목길을 배회하던 집사의 분투기이다. 또한 10년 차가 넘었으나 여전히 고양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집사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집사를 잃은 고양이는 어떻게 되며 고양이를 잃어버린 집사는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2017년 그날로 되돌아가 나와 두 고양이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