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좋아?” 아내가 묻는다. “괜찮은 것 같아”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파도가 좋지 않아도 바다에 들어간다. 비가 오는 날에 숲에 들어가듯이, 옷이 젖은 채 길을 걷듯이, 바람 사이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듯이. 그렇게 단 하나의 파도도 타지 못하는 날도 있다. “재밌었어?” 바다에서 나오는 나를 보며 아내가 묻는다. “응, 재밌었어”라고 대답한다. 정말로 그렇다. 파도를 타지 못해도 좋다. 서핑은 항해이자 명상이고 음악이고 춤이고 독서이고 산책이며 호흡이기 때문이다. 야영이나 달리기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문밖에는 성공과 실패가 아닌 모험과 탐구만이 있다. 아내도 그것을 안다. 그러므로 “파도는 좋아?”라는 물음은 그저 문밖을 향한 인사이자 격려이고 기도이고 고백이다. 바다로 나아갈 때, 숲을 달려나갈 때, 하늘 아래서 밤을 지새울 때 그 인사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 믿는다. 이 책은 그 고마운 인사에 대한 나의 긴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