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하는 사람, 귀하고 소중한 존재들”
‘법으로 싸우는 영희 씨’는 한빛 1·2호기 수명연장 위법성을 가리기 위해 소송 중이다. 법원의 각하 처분을 받아 든 다음 날 또 다른 소송을 준비한다. 지는 재판도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태풍과 지진으로 핵발전소 위험지수가 높아지니 김영희 변호사 변론과 탈핵싸움은 더욱 거세질 모양이다.
‘서울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싸놓은 똥이 무섭지 않냐’고 묻던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은 망치가 돌아다니고 구멍까지 숭숭 뚫린 한빛 핵발전소 여섯 기의 안전이 늘 걱정이다. 2025년 1호기부터 시작해 영구폐쇄 예정인 한빛 핵발전소가 수명을 연장한다니, 농사꾼 발길이 자꾸 탈핵 현장으로 향한다.
탈핵, 탈송전탑, 탈석탄 깃발을 한 뼘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삼척우체국과 삼척시청을 부단히 오가는 이옥분 씨는 사부작사부작 사람들을 챙긴다. 손은 많이 가도 티가 안 나는 일이지만, 삼척평화를 지키러 오는 이들이 너무도 고맙다. 옥분 씨 건강도 누가 챙겼으면 좋겠다.
‘한국살이 24년 차 광주댁 오하라 츠나키 씨’는 한국 탈핵을 위해 영광과 고창, 함평, 무안 등을 동동거리며 오간다. 여전히 <탈핵신문>에 글을 쓰고 살림을 챙긴다. 오하라 표 핸드메이드 가방은 오하라 씨의 탈핵 활동을 돕는다. 가방 만드는 일이 오하라 씨에게 힐링이라니 응원해야겠다.
지난 5월, 갑자기 곁을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울 요량으로 어머니 밭에 꽃을 심고 씨를 뿌렸다. 풀매기 노동에 시달리지만, 옥수수와 감자 등 어머니 밭에서 거둔 것을 삶고 쪄 사람들과 나눈다. <탈핵신문>을 만들고, 울산 등 전국 탈핵현장을 내달리는 용석록 씨에게 어머니 밭은 ‘짬’을 내어준다.
지난해 탈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필자가 만났던 ‘탈핵 잇_다’ 주인공 다섯 명은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핵폭주에 맞서 법원과 지역, 미디어 현장에서 싸워온 이들이다. 핵발전소를 안고 사는 지역주민은 늘 불안하고, 괴롭고, 외롭다. 일을 나눌 동료를 쉬이 찾기 어렵고 핵발전소 사건·사고들은 마주하기 두렵다.
‘탈핵 잇_다’는 수십 년 동안 탈핵 현장을 일궈온 사람들의 외침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10명의 이야기를 모아보니 탈핵운동의 역사다. 탈핵하는 사람들 모두가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독자들도 알아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