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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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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볼매 우리새>

볼매 우리새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점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쉬는 날이면 같이 가자고 해서 여러 번 동행했다. 그럴 때면 내가 모르던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한여름에 물총새를 찍으러 나가면 텐트를 치고 숨어서 찍었다. 텐트 속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남편과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내가 옆에 있으면 “저건 어떤 새고 어떤 습성이 있다. 여기 봐라. 이 장면 너무 멋지지 않느냐?” 등 설명도 지치지 않고 해주었다. 나는 덥고 힘들어서 텐트를 빠져나와 걷기도 하고 차에서 쉬기도 했지만, 남편은 하루종일 굶으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겨울이면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운데도 철원의 두루미를 찍으러 가자고 했다. 사고가 날까 봐 조심스러운데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루미를 찍기 위한 막사 속에서 라면을 먹으면서도 즐거워했다. 그때는 직장을 다니던 때니, 주말이 되기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올여름에 ‘잣까마귀’라는 새를 찍으러 설악산 대청봉에 갔다. 아침 일찍 오색 구간을 오르기 시작하여 12시 전에 대청봉에 올라갔다. 먼저 찍고 있는 젊은 분의 도움을 받아 잣까마귀를 카메라에 담았지만 오후에는 새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돌로 된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 다리는 아프고 날은 어두워지고, 이러다 사고 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내려오면서 “10년 전에도 대청봉을 오르면서 고생했다고 하지 않았냐. 나를 데리고 온 것은 잘못이다. 이러다 내가 다치기라도 하면 당신만 고생이다. 다음에는 당신 혼자 오든가, 다른 사람이랑 와라.”고 했다. 그래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와 다행이었고, 며칠 다리가 아파 고생하기는 했다. 남편은 한 번 더 가고 싶어했다. 삼십 년을 살다보니 그런 마음이 눈에 보였 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같이 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보였다. 8월초가 지나면 태풍이 올 것 같고, 그러면 날씨 때문에라도 대청봉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올해 잣까마귀를 더 찍기는 어려울 듯했다. 한 번 더 가겠느냐고 남편을 떠보았다.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한 번 갔다왔는데 두 번은 못 가겠느냐. 이번에는 더 일찍 올라가고 잘 수 있는 준비도 해 가자고 큰소리를 쳤다. 새벽 1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오색에 주차,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4시쯤 출발했다. 다행히 8시 전에 정상에 도착한 남편은 잣까마귀를 원 없이 찍었다고 했다. 숙박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중청휴게소는 숙박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해서 3시쯤 하산했다. 두 번째니까 좀 쉬울 거라고 생각 한 건 오산이었다. 밝은 날에 내려왔지만, 가도가도 끝나지 않는 울퉁불퉁한 바위 계단을 보면서 내려가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남편이 사진을 찍는 동안 정상에서 6시간이나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려오는 길은 더 힘이 들었다. 다음에는 정말로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내려왔지만. 글쎄, 남편이 가자고 하면 또 나설지도 모르겠다. 새를 찾으러 다니며 고생하고, 찍기 위해 땀흘리고,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느라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그런 남편의 땀과 기쁨과 열정 등이 책 속에 담아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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