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사람은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터뷰이들은 몇 년생 누구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하고 어느 지역민이기도 하고 부모이기도 하고 사장님이기도 한 여러 겹의 정체성을 갖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맺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삶의 한 장면을 이야기하거나 본인의 가게나 개인이 겪은 구체적인 사건을 이야기할 때도 그것은 사회적맥락과 연결되고 지금의 우리와도 닿아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사회적이라는 유명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진솔하고 생생하게 이야기성을 가지고 나타나느냐에 따라 작업의 의미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 사장님, 인터뷰> 책은 여성 개개인의 역사가 담긴 기록이자, 성평등 감수성이 담긴 에세이이며, 서대문지역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걸 우리는 자신합니다."
한 가게를 오래 운영한 우리 동네 멋진 언니를 기록하다
"당신의 옆집엔 멋진 여성들이 살고 있다.
50대 이상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청년과 '할머니' 사이에 있는 중장년층 여성에 대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발딛고 있는 실제의 장소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던 겁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5,60대 여성들은 자기삶의 전문가고 자기자리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촘촘하게 관계망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여성 리더란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한 여성 사장님들 아닌가요? 골목 문화 지킴이들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고, 자기 분야에서 보통 10년 넘게 일한 전문가들이죠. 저는 큰 상을 받거나 미디어에 나오거나 셀럽이 아니더라도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내 이웃의 삶을 통해 동네에서 페미니즘을 말하고 롤모델을 만나고 성평등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